“평택을 기록하는 일, 지속할 터”

 

2015년부터 평택학 연구 활동
사라져가는 마을, 드론으로 담아

 

 

 

“건강과 여건이 될 때까지 지속해서 평택학 연구 활동을 펼치고 싶습니다”

 

꿈 많은 소년

최치선(69세) 평택학연구소 상임위원은 과거 황해도 피란민들이 모여 살아 흔히 ‘황해도촌’이라고 불렸던 신창동에서 성장했다.

“고개 너머 미군부대 인근은 휘황찬란했지만, 제가 살던 신창동은 시골동네였습니다. 서정리초등학교까지 40분 넘게 걸어야 등교할 수 있었죠”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최치선 상임위원은 매년 학급 임원을 놓치지 않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전교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였다.

공부를 곧잘 해 평택중·고등학교에 진학한 그는 고교 시절 인문계 진학을 절실히 원했지만, 기술을 배워 빨리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집안 어른들의 조언에 의해 결국 전기과에 진학했다.

“결국 3학년이 되어서 대학 진학이라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2년간 벌어진 격차를 줄이기에 어려움이 있었죠. 재수까지 도전했지만 결국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입대했습니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

전역 후 사회에 진출한 최치선 상임위원은 1979년 12월 결혼한 뒤 서울에 정착했다.

“서울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정말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먹고사는 것이 녹록치 않았죠. 함께 일하자는 친구의 제안을 받고 1987년 송탄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당시 삼성전자 대리점을 운영하던 친구 곁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인 1988년 독립해 직접 대리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경제가 좋았고 전자제품 시장이 호황이었기에 사업이 굉장히 잘 됐습니다. 아이들도 잘 키울 수 있었고, 여유가 생기니 제가 꿈꿔왔던 문학 활동도 활발히 할 수 있었죠”

최치선 상임위원은 1994년 수필 ‘송탄별곡’으로 한국순수문학에서 등단했고, 1997년에는 ‘그늘이 조용하다’라는 시로 또 한 번 등단했다.

그는 문학 활동 이외에도 문화체육을 비롯해 봉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했다.

“송탄문화원, 송탄문학회, 송탄JC, 송탄중앙로타리클럽, 송탄BBS 등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했습니다. 마로 이성재 형님과 함께 수년간 마로음악회를 열기도 했죠”

사업 성공으로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이웃을 위한 봉사도 열심히 했지만, 이윽고 그에게도 시련이 다가왔다. 잘못된 투자로 사업을 그만두게 된 것이다.

“2001년 대리점을 그만뒀습니다. 빚을 청산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죠. 당시 도움을 준 분들에게 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평택을 기록하다

최치선 상임위원은 평택문화원 이사로 활동하던 중 당시 문화원장의 제안으로 4년간 부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문화원 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는 평택시사편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평택시사> 집필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평택시사>를 집필하면서 사진, 문서, 연구논문 등 자료가 부족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지역사를 뒷받침할 기초자료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죠. 이후 ‘평택의 사라져가는 마을조사’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를 상설 사업으로 만들 것을 평택문화원에 제안했습니다”

평택시와 평택문화원도 마을조사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고, 최치선 상임위원은 2015년부터 평택문화원 부설 평택학연구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마을들을 찾아다니며 구술조사, 자료조사, 촬영 등 다양한 조사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조사 결과는 1년에 한 번 <평택의 사라져가는 마을조사 보고서>를 발간해 기록을 정리하고, 모든 자료는 문화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죠”

그는 지난 2018년부터 드론 촬영을 통해 변화해가는 평택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기록용 촬영을 할 때마다 높은 장소를 찾아다니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유튜브를 보고 독학해 드론을 배웠고 자격증도 취득했죠. 현재 360도 촬영기법을 활용해 사라져가는 마을의 모습을 드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최치선 상임위원은 최근 노래 ‘평택은 들이다’를 작사하고, ‘작가의 시선-평택 아카이브展’ 전시회에 참여하는 등 문화예술을 통해 평택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시민에게 소개했다.

더욱 오랫동안 지역사 연구에 몰두하고 싶다는 그는 향후 자신이 자란 기지촌을 비롯해 미군기지가 지역사회에 끼친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치선 상임위원의 이러한 노력으로 평택의 지역사가 잘 기록되고, 사라져가는 마을의 모습이 후대에도 잘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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