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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 농민도 이 나라의 국민이다

기사승인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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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공기 값이
커피 한 잔 값보다
껌 한 통 값보다
못한 나라에 살고 있다

 

   
▲ 이상규
평택농협 전 감사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져 있는 평택에서는 농촌의 들녘에서부터 가을이 시작된다. 해마다 이맘때면 농민들은 여름 장마와 더위를 이겨내며 키워온 우리 민족의 생명인 쌀을 수확하기 시작한다. 올해는 추석이 빨라 햅쌀 수확도 예년에 비해 빠르다. 농민들은 명절 대목에 추석용 햅쌀을 팔기 위해 들녘 이곳저곳에서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있다. 일 년 농사의 결산이자 절정, 벼 수확이 시작된 것이다. 수확의 기쁨과 풍성함을 맞이해야 할 지금, 농민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과 걱정만이 맴돌고 있다.

4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쌀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작년 햅쌀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형성되고 있는 햅쌀 가격은 약 30% 이상 폭락했다. 얼마 전 정부가 농민들이 보관하고 있던 2021년산 구곡을 매입한 값보다 2022년 8월 수확한 햅쌀 가격이 더 내려갔다.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묵은쌀값보다 햅쌀값이 더 낮게 형성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물가가 올랐다. 몇 년 사이 농사에 필요한 농자재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랐다. 특히 농촌 들녘을 누비며 열심히 일하는 트랙터, 콤바인의 연료 면세 경유 가격은 1년 새 100% 이상 올라 가을 영농철 농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 농업의 근간인 쌀 농업이 무너지고 있다. 현재 2022년산 햅쌀 산지 가격이 80kg 한 가마에 18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밥 한 공기를 만드는데 쌀 100g 정도 필요하다. 산지 쌀값 기준으로 밥 한 공기 원가는 약 230원이다. 우리는 ‘밥 한 공기의 값이 자판기 커피 한 잔 값보다, 껌 한 통 값보다 싼’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묵묵히 농업과 농촌을 지키며 쌀을 생산한 농민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할 말을 잃었다.

혹자들은 쌀이 너무 많이 생산되고 소비가 줄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물론 이전보다 쌀 소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쌀값이 폭락하고 쌀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내몰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작년 쌀 생산량은 전 년에 비해 약 10% 정도 늘었다. 뒤늦게 정부는 ‘양곡관리법’에 따라 지난해 초과 생산된 남는 쌀을 몇 차례에 걸쳐 매입해 시장으로부터 격리했다. 사실상 소비되지 않고 남을 것으로 예상하는 작년 쌀을 시장으로부터 격리했다고 하는데도 쌀값은 그 끝을 모르고 왜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정부가 시장으로부터 격리한 쌀보다 훨씬 많은 40만 톤의 수입쌀을 해마다 들여오고 시장에 대량으로 풀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농민들을 위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농민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던 것이다. 최소한 밥쌀용 수입쌀 수입과 시장 방출은 중단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쌀 재고량 정책을 바꿔야 한다. 정부는 쌀 농가를 보호하고 쌀 시장을 진정시킬 의무와 책임이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 농민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우리 농민도 이 나라의 국민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상규 ptsisa@hanmail.net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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