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정책은
중증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 강태숙 지부장
한국장애인부모회
평택시지부

정부의 장애인정책은 우리의 말문을 닫게 만들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심의 확정했다. 장애인 부모와 당사자의 노령화로 인해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이 증가하고 거주시설에 있으면 경직적 운영과 개개인의 서비스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고 지역사회와의 단절,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한다. 과연 이 정책이 중증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인가.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은 인지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반면, 중증발달장애인들은 그렇지 못하기에 당사자의 가족들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 인권침해의 문제는 각기 다양한 곳에서 심화되고 있다. 학교, 주간보호센터, 시설 등 장애인이 소속돼 있는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곳에 문제가 있는데 정부는 시설에만 문제를 집중시켜서 보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주장하는 탈시설정책은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일본도 현재 탈시설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재정과 인프라 서비스가 여전히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탈시설을 하게 되면 지역사회 인프라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은 부모가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중증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렇게 호소한다. “나는 혼자 죽을순 없다” 필자도 같은 마음이다. 당사자 가족도 때로는 힘이 들어 불화가 생기고 정신적 제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어떻게 탈시설 케어를 할 것인지 의문이다. 필자의 아이는 중증발달장애인인데 인지는 물론, 상호작용도 되지 않아 자신의 세계에 빠지곤 하며 집을 나갈 때가 있다. 그 때마다 온 동네를 찾아다녔기에 이제는 대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이중장치를 해놓고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괴롭지만 아이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인지력이나 사고력이 거의 없다. 때문에 집을 나갔을 때 돌아오는 것 또한 불가능하기에 실종된 장애인들도 많다. 만약 이런 장애인들을 탈시설화 한다면 어떻게 생활해야 할 것인가. 지적 또는 발달 장애인을 둔 부모들은 말한다. 탈시설화는 우리를 죽이는 것이라고. 주간보호센터에서 낮 동안 돌봄과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아이들이 보호된다고 생각한다. 중증발달장애인의 경우 주간보호센터와 같은 돌봄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운영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시설정책은 중증발달장애인들에게는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정부가 주장하는 탈시설정책 취지가 장애인들의 인권보호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것이라지만,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런 정책을 추진할 때는 장애인 유형별로 세부화해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시설에 있는 80%는 발달장애인이다. 정부가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법령 개정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탈시설 자립 지원 기반 여건을 조성하고, 2025년부터 탈 시설 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정책은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이 없이 만들어져 현실에 맞는 법이 아닌 다른 법으로 변질될 수 있다. 또한 중증발달장애인 가족의 형편이나 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탈시설을 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올 것이 분명하다.

정부의 탈시설정책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써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 발생 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해결책이 아니다. 장애인의 자립을 외칠 때 우리의 현실은 이보다 더 각박하고 어두운 현실에서 울부짖을 것이다. 탈시설정책은 중증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나 지역사회가 인지해 한 인간으로써 보장받을 권리를 지켜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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