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놀이터, 즐거운 마음으로 가꿀 것

 

2016년, 36년 공직 마무리
고추농사 도전, 정직이 생명

 

 

“소득 창출보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행복한 놀이터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농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공직에 발을 내딛다

평택시 신대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백재명(64세) 아리랑농원 대표는 공무원 퇴직 후에도 고향 땅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있다.

형제가 많아 어린 시절부터 활동적이었지만 별다른 꿈이 없었던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공무원 시험을 치르게 됐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저 또한 같은 길을 걷길 원했습니다. 제가 군에 입대했을 당시 공무원 시험책을 주고 가셨죠. 처음에는 전역 후 대학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말년이 되니 시험이라도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군 생활 말년에 공무원 시험을 치른 백재명 대표는 당당히 합격해 전역 직후인 1980년 12월에 임용됐다.

그는 임용 후 말단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여러 번 사표를 내려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만류로 공직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당시에는 현장에 나가 행정지도를 하는 일이 잦았는데, 민원도 민원이지만 행정지도를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습니다. 힘들게 일하는 농민들을 지도한다는 것 자체가 영 불편했어요”

백재명 대표는 이후 평택군청 복지계에서 일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일이 고됐지만, 무엇보다 영세민을 돕는다는 것 자체가 보람찼다.

“영세민 관리, 의료보험, 노사 업무, 생활보호 대상자, 지방 이주 대도시 영세민 사업 등을 펼쳤던 기억이 납니다. 제 돈은 아니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피는 업무 자체가 뿌듯했어요”

 

평택시 발전과 동행

백재명 대표는 1986년 평택읍이 평택시로 승격하면서 평택군과 분리될 당시 현덕면 권관리 평택호관광단지에 현충탑을 세우는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평택시가 분리되면서 평택군에는 현충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현충일 행사를 약식으로 진행하자 유족들의 항의가 생겼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 모금으로 당시 돈 7000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모아 현충탑을 세웠습니다”

1995년 평택시와 송탄시, 평택군 3개 시·군 통합 이후에는 공영개발사업소 관리계장을 맡으며 무수히 많은 개발사업을 살폈다.

“3개 시·군 통합 이후 평택에 모두 21개 개발사업이 진행됐습니다. 당시 시·군 통합 이전 자료가 정리되지 않아 이를 모두 취합해 사업 추진 과정을 책자로 기록하기도 했죠. 이전까지 미흡했던 부분이었는데, 이때 어느 정도 틀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백재명 대표는 IMF 당시 위기에 잘 대처해 내무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어려워진 기업들이 산업단지나, 택지개발지구에 분양했던 땅을 해약하는 일이 계속 생기면서 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때 할인 분양과 사모펀드 공채를 발행해 위기를 넘겼죠. 이후 평택시공영개발사업소가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사무관 승진 이후인 2007년에는 행정자치부로 파견을 나가 당시 ‘평택지원특별법’을 근거로 추진된 17조 8997억 원 규모의 54개 지역개발사업을 승인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정부 각 부처를 모두 찾아다니며 사업을 승인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실 많은 나이에 중앙부처에 파견돼 일하는 것이 굉장히 부담됐죠. 그래도 사업을 모두 승인받고 평택으로 내려오니 굉장히 보람됐습니다”

이후 공보담당관, 총무과장, 세정과장 등 여러 요직을 거친 백재명 대표는 2016년 한미협력단장을 끝으로 퇴임하며 36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중년의 놀이터를 가꾸다

퇴임 후 1년 6개월 동안 평택시행복나눔본부장으로 재직하기도 한 백재명 대표는 2019년부터 농사를 준비했다.

“먼저 1년간 평택슈퍼오닝농업대학을 다녔습니다. 마냥 노는 것보다도 건강을 최우선으로 노후를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농사라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고추농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슈퍼오닝농업대학에 다니던 중 동료로부터 고추농사에 대한 여러 정보를 얻게 된 그는 집 근처 농지에 200평 규모 비닐하우스 3동을 짓고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 농원을 준비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소득에 매몰되지 않고 친구와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준비했죠”

고추를 재배하면서 친환경 농법을 공부 중인 백재명 대표는 깻묵, 산야초 등 여러 액비를 직접 만들어 농사를 짓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로, 즐겁게 일하다 보니 힘들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튜브와 책을 보며 계속해서 공부 중이라는 그는 관행적인 농법에서 탈피해 친환경 방식으로 더욱 알찬 농사를 짓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균형을 지키며 정직하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 삶이라는 백재명 대표는 무엇보다 정직한 마음으로 고추를 키우며 본인의 놀이터를 가꿔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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