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초원에 누워
지난날 돌멩이를 주워내듯
세상의 시름들을
하나둘 주워내는 상상으로
긴 봄밤을 지새보고 싶다

 

▲ 권혁찬 전 회장
평택문인협회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푸른 잔디가 기초화장을 마치고 외출을 기도한다. 아지랑이가 볼을 간질여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이른 봄비가 대지를 적시고 어루만지며 토닥토닥 세상을 두드리기 시작하면 드디어 초록의 세상이리라. 푸른 꿈에 들떠 파란하늘을 바라보며 넓은 초원에 누워 바라보는 세상은 별천지 그대로일 것이다.

코로나19로 각박해진 어수선한 세상에 저 넓은 초원에 누워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지만, 끝없이 이어진 잔디밭이 앞에 펼쳐진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얼마 전부터 아름다운 공원 가꾸기 사업에 한동안 동참하기로 하고 정말 넓디넓은 잔디밭에 들어서서 사방을 둘러보고는 기어이 소망을 이루어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하루 이틀 준비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제는 푸른 잔디 싹이 돋아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어제는 마구 던져진 돌멩이들을 주워내면서 그동안 무겁게 눌려있던 잔디들을 위로했다. 지난해 자라고 남은 철쭉이며 영산홍 삭정이도 도려내면서 혹여 잔디에 해가 될까 노심초사 하면서 제거하는 작업이 있었다.

주변에 들어선 소나무 가랑잎이 쌓이면 잔디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게 된다. 두텁게 덥힌 솔잎들을 그러모으며 자리를 양보해 줄 것을 정중히 부탁하면서 멀리 치워 주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애견가의 실수로 군데군데 방치 된 채 화석이 된 배설물들이 상당히 많은 곳에 분포되어 있었다. 제거할 수 있는 것과 아직은 고착되지 않은 상태의 것들을 발견할 때 마다 깊은 상념에 빠지기도 했다.

혹 초원에 누워 한껏 기지개를 펴 보려던 나의 파란 꿈이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가 있어도 꼭 이루어 보리란 일념으로 하나 둘씩 이동이 가능한 것들을 골라내기를 거듭해야만 했다. 드디어 청정 잔디밭이 되었다.

이제 촉촉한 날들이 몇 날 지나고 나면 정성의 보답으로라도 새파란 잔디가 고개를 내밀 것을 안다. 별이 총총 내려다보는 늦은 저녁 시간이라도 좋다. 달빛이 보드랍게 내 볼을 감싸 안은 듯 이슥한 밤이면 어떠랴. 태양이 작렬하는 6월의 오후면 어떠랴.

나 기어이 이 넓은 초원에 누워 지난날 돌멩이를 주워내듯 세상의 시름들을 하나둘 주워내는 상상으로 긴 봄밤을 지새보고 싶다. ‘개똥밭에 굴러도 현실이 낫다’는 속담처럼 개똥이 있음 어떠랴 드넓은 초원에 푸른 꿈이 펼쳐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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