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의 피해쯤은
국가에 대한 의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지난 주말, 영화 ‘랜드오브마인’을 보았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영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눈앞에 총알이 날아다니거나 포탄이 떨어지는 날것 그대로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전쟁 가해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전쟁 피해자와 피해자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인물들만 나온다. 전쟁과 무관한 인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아주 아이러니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전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볼 즈음 언론보도에서는 ‘한미연합훈련’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영화를 본 뒤라서 그럴까, 아니면 평택시민으로 일상과 직접 연관이 있는 훈련이라서 그럴까.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어졌다.

한미연합훈련 기간은 대체로 2주 정도다. 평택 하늘에는 일상적으로 전투기와 헬기, 정찰기가 떠다닌다. 훈련기간에는 두 세배가 많은 전투기, 헬기, 정찰기가 밤낮없이 날아다닌다. 소음은 말할 것도 없고 전투기에서 나오는 독특한 매연은 코를 찌른다. 작년 훈련기간에는 헬기 한 대가 3시간 넘게 오성강변 부근에 떠 있어 그 지역 주민들이 헬기 소음과 진동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훈련기간 내내 주민들은 밤잠을 설쳤다.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에 대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한다. 언제라도 쳐들어올 수 있는 북한을 방어하기 위함이며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훈련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평택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방어적인 것이든 안전을 위한 것이든 군사훈련은 어떤 식으로든 미군기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피해를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한반도평화’라는 웹세미나가 있었다. 한국과 미국을 주축으로 세계 평화 관련 단체들이 모여 만든 세미나다. 이 세미나에는 평택미군기지인 캠프험프리에서 복무한 퇴역 군인의 증언이 있었다. 그는 복무 당시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했고 컴퓨터시뮬레이션 훈련이지만 병사들은 24시간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훈련은 전쟁연습이었다고 했다. 훈련 시 거대한 군용차량인 험비를 끌고 평택거리에 나가면 복잡한 도로에서 불안해하는 시민들과 마주치게 됐다고 한다. 그가 군용차량에서 내려다보았을 평택시민들의 불안 가득한 눈빛. 아마 ‘랜드오브마인’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동일하지 않았을까. 군사훈련은 주민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은 언제나 국가안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 거대 담론을 담고 있다. 여론 또한 거대 담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연합훈련으로 피해를 보는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안보를 위해서는 나 하나쯤, 평택시민의 피해쯤은 국가에 대한 의무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제는 평택시민 한 사람, 한 사람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권리로 보장받아야 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인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의 제10조 내용이다. 국민에겐 권리, 국가는 의무. 한미연합훈련은 국민이 안전할 권리를 뺏는 행위이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하여 한미연합훈련은 중단되어야 한다. 부디 평택 하늘에 전투기가 날아다니지 않는 3월의 봄이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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