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설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정부가 예외일 수는 없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쌍용자동차가 위기다. 현재 대주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 기업 마힌드라에서 더 이상 자금을 대지 않으니 신차가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돈이 원활히 회전되고 있지 않다. 결국 협력업체가 부품 공급을 하지 않아 쌍용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이 휴업에 들어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쌍용자동차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데, 2월 말까지 해결이 안 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될 예정이다. 즉, 현 단계는 법정관리 들어가기 전인 ARS 자율구조조정 기간이다. 매각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돼 청산가치가 높은지, 존속가치가 높은지 판단에 들어가게 된다. 2009년 법정관리와 정리해고 등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이다. 쌍용차 협력사가 350개사 이상이고, 이들 기업과 관련된 직종까지 고려하면 수십만 명이 쌍용차와 맞물려 있다. 결국, 쌍용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쌍용차를 운행하는 소비자는 물론, 정비와 보험 등 사후시장까지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사실 쌍용차 위기는 2011년에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마힌드라 이전에 쌍용차를 인수했었던 중국 상하이차도 쌍용차의 우수한 SUV 스포츠유틸리티차량 기술만 쏙 빼가고 철수했는데, 인도 마힌드라 역시 쌍용차의 기술력만 빼가고 철수할 거라는 것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었다. 실제 쌍용차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오민규 연구위원의 글을 보면,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티볼리 생산체계를 그대로 가지고 가서 인도 시장에서 이름만 바꿔서 현지명 ‘마힌드라 XUV300’과 ‘마힌드라 Alturas G4’를 팔고 있다. 인도 자동차 내수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어 결국 3000억 원이 투자된 티볼리 기술과 생산체계를 450억 원이라는 헐값에 사 갔기 때문에 이미 마힌드라는 쌍용차 투자금을 이미 다 회수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에서는 쌍용자동차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지 않다. 이 시기에 노동자들은 복지 혜택 중단·축소, 성과급·상여금 반납 등 무려 1000억 원 이상의 임금을 삭감하는 희생을 치른 바 있다. 그런데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주주,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만 무쟁의 서약서, 임·단협 유효기간 3년 연장 등의 추가 양보만 강요하고 있다. 이미 쌍용자동차는 2009년 이후 단 한 차례의 쟁의도 진행한 적이 없는 무쟁의 사업장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쌍용차가 적자라면 노동자에게만 양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이제는 더 이상 외국인투기기업들에 쌍용차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 산업은행이 쌍용차의 대주주가 되면 된다. 르노자동차의 대주주가 프랑스 정부이며, 폭스바겐도 독일의 작센주 정부에서 25%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시적 국유화의 방법도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GM 제네럴모터스가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가자 당시 미국 정부는 대규모 구제금융을 통해 지분 60% 이상을 확보, 국유화한 바 있다. 1년 남짓 국유화 과정을 거쳐 위기를 벗어난 GM은 2011년에 주식 재상장을 거쳐 다시 민영화되었으며, 오늘날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선진기술로 거듭나 다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른 바 있다.

더 이상 해외 매각은 답이 아니다.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설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정부가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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