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올해 6월 29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입법 발의됐다. 제17대 국회에서 고 노희찬 의원이 입법 발의 후 14년만의 일이다. 대체 이 법은 무엇을 의미하는 법일까.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차별이 뭔지를 이해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23개 차별금지 사유라는 것이 있다. 이 23개 차별 금지사유가 있으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모든 영역에서 다 차별이라고 규정하느냐, 그건 아니다. 크게 네 가지 영역인 고용, 재화나 용역, 교육, 행정서비스로 구분돼 있다.

필자가 특히 사랑하는 조항이 있는데 바로 간접차별에 대한 내용이다. 제3조 ‘금지대상 차별의 범위 조항’은 ‘외견상 성별에 대해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하였다 하더라도 이것으로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 경우 이 또한 차별’로 본다는 내용이다. 굉장히 촘촘하게 신경을 써서 만든 법이란 걸 알 수 있다. 이 법에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입증 책임이 차별을 당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한 사람, 차별했다고 지목된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결백을 입증해야 하는 ‘입증 책임의 전환’이 그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이 조항이 집행된다고 한다면 차별받은 당사자로 하여금 ‘차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겠다’라는 용기를 내게 만들 수 있는 조항이다.

그렇다면 이 법은 차별을 어떻게 금지할 것인가? 법의 용어로 ‘차별을 구제한다’라는 표현을 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차별을 중단시키는 것 그리고 차별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시정을 위한 권고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릴 수 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이다. 시정권고를 잘 듣지 않으면 이 법은 한 발 더 나아가 시정을 명령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해진 날까지 시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에 대해서 ‘이행강제금’이라고 하는 걸 부과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하고 그 권고를 이행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 중 하나가 차별이 일어났을 때 강도 높은 처벌이 뒤따른다는 내용이다. 이 법은 처벌법이 아니다. 보호법이다. 처벌 조항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정을 권고하고 명령할 수 있는 규정들이 있다. 다만, 예외가 한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학력을 이유로 고용에서의 불이익을 받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가서 진정을 했다고 치자. 그런데 필자에게 차별을 가한 사람이 필자가 시정권고를 요청한 사실을 알고 불이익이나 보복조치를 했다면 이것은 처음에 가했던 차별 행위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불이익 조치에 대해서만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처벌조항이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 법이 제정됐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는 법적이익은 지금까지 명확하게 차별이라고 규정돼 있지 않던 것이 규정돼 차별을 차별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차별을 명확하게 인식했을 때 적극적으로 차별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차별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이 그 차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훨씬 더 좋은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 위기를 전 세계가 함께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은 차별과 혐오는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차별과 혐오는 우리 모두의 존엄과 안전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평등하게 존엄한 사회,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꼭 필요하다. 이제 때는 무르익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위해서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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