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적 상상력을
발휘할 때다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얼마 전, ‘평택시 도일동 소각장 건축 허가 반대 탄원서’가 SNS 사회관계망 평택지역방에 올라왔다. 꼼꼼하게 읽고 서명을 하고 보니 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혹시 님비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있고, 우리 지역 쓰레기는 우리 지역에서 처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과격한 표현도 있었지만 대부분 고형연료SRF 발전소를 반대한다는 댓글이었고, 나머지는 도일동 고형연료SRF 발전소에 대한 궁금한 사항이 대부분이었다. 그 궁금한 몇 가지를 적어본다.

SRF는 ‘Solid Refuse Fuel, 고형연료제품’의 약자다. 말 그대로 고형 폐기물 중 자원으로 이용가치가 있는 가연성 폐기물을 태워서 전기와 난방 생산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언뜻 보면 버려지는 것을 태워 원료를 만드는 것이라 재생에너지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SRF는 각종 화학물질이 첨가된 폐목재, 폐플라스틱들을 소각해서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라 소각할 때 오염물질이 나온다. 소각 시 나오는 고체상 유해물질과 기체상 유해물질을 모두 잡아내는 기술은 사실상 우리에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형연료SRF 발전소가 가동되는 순간 유해물질에 온전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SRF 열병합발전사업은 신재생에너지 발급을 받았다. 당시 환경단체의 반대와 국회 내에서도 입법권 침해 논란이 있었고 신재생에너지 발급을 중단하라는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도 있었다. 하지만 강행됐다. SRF 열병합발전사업이 신재생에너지가 된 곳은 대한민국뿐이다. 평택에는 관련 시설이 모두 4곳이 있다. 이곳 모두 소각을 통해 원료를 만드는 곳이다. 4곳의 발전량을 합치면 엄청난 양이다. 웬만한 도시에는 1곳 정도만이 있을 고형연료SRF 발전소가 평택에는 왜 이렇게 많이 있는 걸까.

이유는 이렇다. 평택은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지원특별법’이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 LG전자 평택캠퍼스 같은 대공장을 유치할 수 있도록 모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특별법의 내용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제8조 “지나친 인구 집중을 초래하지 않도록 인구 집중 유발시설의 허가가 금지된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공장들이 신설 또는 증설을 할 수 있게 했다. 환경규제 또한 공장 기준으로 완화됐다. 뒤늦게 고체연료SRF 발전소의 위험성을 인지한 환경부는 서울특별시와 6대 광역시, 그리고 경기도 수도권 13개 도시에 소각 설치제한을 뒀다. 평택은 수도권 제한 도시에 포함되지 않는다. ‘미군기지 이전 특별법’ 규제 완화로 고체연료SRF 발전소가 들어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새 평택은 사람이 아니라 공장 짖기 좋은 곳, 공장하기 좋은 곳이 됐다.

엄밀히 들여다보면 고형연료SRF 발전소는 평택지역 쓰레기를 감당하기 위해서, 지역주민의 전력 공급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쓰는 전력은 이미 충분하다. 많은 전기와 전력은 평택 미군기지 두 곳과 대공장들이 쓰고 있고 그것을 위해 또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평택시는 2022년까지 ‘30만 그루 이상 나무심기 운동’, ‘도시숲 조성 프로젝트’, ‘미세먼지 없는 청정 평택만들기’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지역 발전을 위한 공장 유치와 공장 신설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비전문가인 필자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 한쪽에서는 유리창을 깨고 한쪽에서는 깨진 유리창에 돈을 쓰고 있다고나 할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벌어지는 모든 사안들은 연결돼 있다. 미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은 찬성하지만 고형연료SRF 발전소는 안 되고, 지역 발전을 위해 국제신도시는 찬성하지만 공장이 들어와서는 안 되고, 이런 인식 자체가 이제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발전만을 쫒는 성장주의는 인간을 소외시켰고 자연을 무한히 침탈하고 파괴해 왔다. 도일동 고형연료SRF 발전소는 그 신호탄일 뿐이다. 이제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적 상상력을 발휘할 때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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