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원래 내 것인 것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 이은우 이사장
평택시민재단

좋지 않은 사건으로 평택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최근 각종 신문과 방송에 보도된 이해금 평택시의회 의원의 ‘집창촌 활성화’ 발언은 평택시민으로서 ‘자괴감’과 ‘부끄러움’을 들게 하고 있다.

이해금 시의원이 평택시의회 상임위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면 성매매 여성을 ‘유리관 속 인형들’이라고 표현하며 “역사가 있는 거리인데 (집창촌을) 꼭 없애야 하느냐. 삼리 집창촌 일대를 특화 거리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은 없느냐”고 말하면서 “친구들이 평택에 오면 성매매 집결지 거리를 구경시켜주는 데 좋아한다”는 기가 막힌 발언을 정책 제안처럼 하고 있다.

공적 자리인 평택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성매매 여성과 집창촌을 관광상품으로 인식하고 성매매 집결지를 개발이익으로 한몫 볼 수 있는 땅으로 여기는 발언이 어떻게 아무런 제지 없이 논의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평택시의회는 이해금 시의원의 문제가 있는 언행에 신속하고 엄중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의회 차원의 자정 노력과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 시민들이 언제까지 인내해야 할까? 침묵하고 있는 평택시의회의 각성을 촉구한다.

평택을 벗어나 대학에 입학한 뒤 동기들에게 처음 들은 말은 ‘평택 삼리(과거 평택3리에서 딴 이름으로 평택역 금방 집창촌)’였다. 평택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가 그런 말을 들으니 얼굴이 화끈해지고, 평택의 이미지가 그런 부정적 이미지로 기억된다는 것이 몹시 싫었다. 그런데 일제가 들여오고 우리가 번성시킨 환락의 거리를 긍정적으로 여기고 개발론을 피는 시의원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번 일은 성매매가 불법임에도 집결지가 유지되고 불법이 합법화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의원이 공적인 자리에서 전혀 문제의식 없이 책임감 없는 언행을 하고, 저급한 성인식 수준을 공공연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건이다. 경박스러움을 넘어 천박하다.

자질이 부족한 사람은 시의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해금 시의원의 경우 공무원에 대한 갑질로 이미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고, 구설수를 자초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을 공천한 민주당도 문제이지만 평택시의회 역시 시의원들의 갑질, 자질 논란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평택시민들도 평상시에는 지방정치인 욕을 하다가 선거철만 되면 연고를 따지고, 후보자들의 철학과 정책에 대한 평가보다는 이미지와 때로는 이해관계로 표를 찍어주고, 묻지마 투표 악순환을 반복한 것은 아닌지 자성이 필요하다. 지역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유권자들 스스로 책임도, 권리도, 의무도 없는 방관자 의식을 버려야 한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고 있는 이유는 개발이 아니라 불법적 행위가 지역에서 지속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부정적인 도시 이미지를 탈피하고 원도심 재개발과 주거환경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와 전환의 과정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에도 평택시의 구체적인 계획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평택시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70여 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뤄진 성에 대한 착취와 묵인, 방조의 역사를 지닌 집창촌 골목이 온전한 시민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성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여성들이 자의든, 타의든 새 삶의 길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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