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숲을
공공재로 바라보고
인문사회적 문화를 중시하면서
소통·협력·공생을 통해
풀뿌리민주주의를 만드는
도시정책이 세워져야

 

   
▲ 이은우 이사장
평택시민재단

지난 8월 24일 화양지구도시개발사업으로 사라지는 현덕면 작은마을들을 기억하기 위한 마지막 행사로 ‘글갱이마을생명음악회’가 열렸다. 마을이장은 “이게 끝이 아니고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라고 말했지만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에게 새로운 삶은 희망의 시간으로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다. “떠나기 싫다”는 어느 할머니의 목멘 소리가 여운으로 남는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서로 다르지 않으며 모든 생명체가 하나라는 믿음 안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지역사회가 이제는 소중히 여겨야 하는 시점이다. 익숙함에 젖어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평택이기에.

얼마 전 아파트를 들어가다 삭막한 풍경에 놀라 화가 났다. 수십 그루의 나무가 밑동이 잘린 채 사라진 상태이었기 때문이다. 편리함의 욕망이 이런 무모함으로 나타난 것 같은데 인간의 이기심은 끝이 없다. 그날 밤, 잘린 나무들의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한편에서는 도시숲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숲 가꾸기 운동이 민·관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마을 곳곳마다 개발과 욕망에 밀려 숲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청북읍 토진3리 주민이 사무실로 찾아와 도움을 요청해 와서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만나고 마을 일대를 돌아보며 공무원들에 대한 욕이 절로 나왔다. 공장과 고속도로에 둘러싸여 있는 마을은 우리가 생각했던 아름다운 농촌 마을의 풍경이 아니었다. 도시계획을 세우고 인허가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그들의 행위로 인해 수많은 마을이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철학 없는 행정으로 인해 농촌 마을에 집중되고 있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대한 종합적 대책과 새로운 전망이 절실하다.

지금도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을 입구에 레미콘 공장까지 이전 설립한다고 하니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인들 위주로 집회도 해보고 호소도 해보지만, 그 손을 잡아주는 시민단체도, 사람도, 언론도 많지 않다.

레미콘 공장의 유해성은 토진3리 마을뿐만 아니라 인근 많은 마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레미콘 공장은 다른 환경오염 업체보다 비산먼지, 소음·진동, 대기오염, 폐수 등이 더 많이 배출되고 대형차량 통행으로 인한 먼지, 소음, 교통안전 문제 등으로 주민들의 고통이 배가 된다. 관심과 연대, 대책이 필요한 현장이다.

문제는 급증하고 있는 개별입지 개발행위와 공장 인허가로 인해 평택 곳곳의 마을이 신음하고 있고, 숲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에 들어서는 오염유발업체는 주거환경 악화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 간의 불신 심화 등으로 인해 공동체 붕괴로까지 영향을 주고 있어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보존과 치유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원도심 활성화 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평택도 많은 예산을 투입해 여러 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원칙과 방향,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노후한 골목을 되살린다는 본래 취지와 멀어져 새로운 투기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마을과 골목과 숲을 공공재로 바라보고, 인문사회적인 문화와 삶을 중시하면서 소통과 협력, 공생을 통해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도시정책이 새로워져야 할 때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